하동군 귀농·귀촌 열기, 이유 있다

읍면별 귀농·귀촌 특색 뚜렷, 지속적인 유입 확대 기대해

김성훈 기자
2024-12-20 15:27:04




하동군 귀농·귀촌 열기, 이유 있다



[아시아월드뉴스] 하동군 인구의 4%가 해마다 귀농·귀촌 하동군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귀농·귀촌 바람이 주춤한 데 하동은 열기가 뜨겁다.

2018년까지 500~600명이던 귀농·귀촌인이 2019년에 900여명, 2020년엔 1600여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2022년에 1200명 내외로 다소 주춤하다가 2023년에 1652명이 귀농·귀촌해 코로나 시기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2024년엔 9월까지 1308명이 들어와 연말까지 1600명이 넘을 것이 확실하다.

해마다 하동 인구의 4%가 들어온다.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은 하동군으로선 활로를 찾은 셈이다.

하동군의 귀농·귀촌 열기를 심층 취재해 원동력을 살펴본다.

지역의 사활이 귀농·귀촌인 확대에 달려있음을 공무원과 군민들 공감 하동군은 2022년 하승철 군수가 취임한 후 귀농·귀촌인 확대가 지역소멸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하고 귀농·귀촌 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는 한편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하승철 군수는 확대간부회의와 각종 행사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농·귀촌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정책들을 세밀하게 챙겼다.

지역활력추진단과 귀농귀촌지원센터는 군민 중심의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군민들과 귀농·귀촌 현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그 결과 “귀농·귀촌인 확대로 하동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하동군 귀농·귀촌 정책, 귀농·귀촌인이 직접 만든다”, “하동군, 귀향시대를 열다”와 같은 가치들이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군민들이 공감했다.

군민들이 앞장서 귀농·귀촌인을 불러와 하동군의 귀농·귀촌 열기를 만든 주인공은 군민이다.

군민들은 귀농·귀촌인이 없으면 마을도 없어진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에 귀농·귀촌 확대에 앞장섰다.

하동군 13개 읍면 중 귀농·귀촌인이 많은 곳은 하동읍, 옥종면, 악양면, 화개면 순이다.

이 읍면의 귀농·귀촌 특징을 살펴보면 하동군의 원동력을 알 수 있다.

귀촌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하동읍은 각종 행정기관과 문화·복지시설, 아파트, 소상공인이 집중되어 있다.

농경지가 있는 작은 도시 같다.

농촌의 전원생활과 문화, 예술, 취미, 직장 생활을 함께하려는 귀농·귀촌인들이 많다.

하동군은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청년센터, 일자리센터, 노인종합복지관, 평생학습관, 도서관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활동을 강화했다.

그중 주목할 것은 “하동아카데미”다.

하동읍, 하동아카데미로 귀촌 중심지로 떠올라 하동아카데미는 모든 군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스포츠·학교교육·취미교양·인문학 분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2년까지 354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는데, 2023년에 1065개 프로그램으로 대폭 확대하고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인 결과 1만 5246명이 참가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24년엔 10월 말 기준 수강생이 2만 1763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88%가 증가했다.

하동아카데미로 농촌사회는 문화활동이 낙후됐다는 인식을 완전히 없앴다.

귀농·귀촌인들은 “문화생활로 바쁘다”, “은퇴 후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한다”며 하동으로 온 것에 크게 만족하며 자발적으로 귀농귀촌 홍보대사가 되고 있다.

귀촌 행복감이 높아지자 귀촌을 망설이는 지인들을 불러왔다.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 청년정책 효과 톡톡 하동읍의 귀촌인 확대에는 청년정책도 효과를 발했다.

하동읍엔 청년들의 문화활동과 청년네트워크가 활발하다.

그동안 하동군은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이라는 기치로 △청년 주거비 지원 △청년통장 △청년 렌터카 지원사업 △청년협력가 △전통시장 청춘마켓 조성 △청년농 지원 등 피부로 와닿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과감하게 펼쳤다.

더 나아가 △청년타운 △비즈니스센터 △청년 거점공간 △청년 창업거리 등 기반 시설 사업을 추진하며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22년 20, 30대 귀농·귀촌인이 200명 내외였는데, 2023년엔 무려 456명이었다.

2024년엔 9월 말까지 313명이 들어왔다.

연말까지 400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의 귀농·귀촌 인구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하동읍에 문화활동과 청년의 활기가 넘치며 중장년은 중장년을 부르고 청년은 청년을 부르며 하동군 귀농·귀촌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옥종면, 딸기농사로 귀농인을 불러 모은다 옥종면은 하동읍 다음으로 귀농·귀촌인이 많다.

귀농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농사지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데 옥종면의 “딸기 농사는 웬만한 직장 연봉보다 낫다”고 알려지며 귀농인들이 부쩍 늘었다.

하동군은 전국에서 딸기 6대 주산지로 2024년 기준 653 농가가 약 359ha의 농사를 지어 연간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중 옥종면은 615 농가가 339ha의 농사를 지어 약 930억원 이상 매출을 보이고 있다.

전국 면 단위로는 농가와 재배면적 기준으로 1위이다.

한 농가가 대략 1억 5천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각종 농자재비를 제외하더라도 먹고살 만하다.

먹고살 만하니 청년도 오고 귀농인이 몰린다.

농촌사회에선 누가 농사짓냐를 걱정하는데, 옥종면은 그런 걱정이 없다.

귀농인 덕분이다.

하동군은 올해 옥종면에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해 안정적인 농업인력 확보를 지원하고 수정벌을 지원했으며 신품종 딸기 재배기술 교육과 농업인 대학으로 딸기전문가 52명을 배출해 고품질 재배를 지원하고 있다.

2025년에는 딸기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종을 위해 ‘딸기 거점 육묘장’을 신설하고 ‘딸기 가공지원센터’를 건립해 딸기잼과 급속 동결 딸기 가공으로 농업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청년 귀농인 유입 확대를 위해 ‘청년농업인 시설하우스 지원사업’ 으로 시설하우스 10동도 준비하고 있다.

“농사지어 먹고살 만하면 귀농인은 들어온다”는 사실을 옥종면의 딸기 농사가 증명하고 있는 만큼 하동군은 농업 소득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악양면, 빼어난 풍광과 먼저 자리 잡은 귀농·귀촌인이 도시인 불러들여 악양면은 오래전부터 귀농·귀촌 1번지다.

악양면 한가운데는 83만 평의 무딤이들판이 자리 잡고 그 둘레로 해발 700미터 이상의 지리산자락이 둘러싸고 있으며 남쪽 끝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빼어난 풍광과 자연 원형을 그대로 지켜가고 있는 ‘슬로시티 악양’은 누구나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많은 귀농·귀촌인이 “살 곳을 이곳 저곳 알아보다가 악양에 와 보고는 그대로 눌러앉았다”고 말한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최참판댁을 찾는 관광객도 놀러 왔다가 풍경에 빠지고 몇 번 더 오다 보니 살고 싶어져 눌러앉은 사람도 많다.

풍광이 귀촌인을 불러들인다.

악양면에 귀농·귀촌인이 많아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먼저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의 활동이다.

20~30년 전에 귀농·귀촌한 문화예술인들이 많다.

이들은 2009년부터 ‘지리산학교’를 만들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며 귀농·귀촌인의 연결망을 다졌다.

낯선 곳으로 귀농·귀촌하면 고립감을 느끼기 십상이고 시행착오도 많은 법인데 귀농·귀촌인들의 연결망은 큰 버팀목이 되어 정착 성공률이 높다.

지리산학교 외에도 귀농·귀촌인들이 만든 독창적인 활동이 많다.

시골 독립서점 ‘이런책방’, 자원순환 협동조합 ‘모두의 가게’, 공정여행 협동조합 ‘놀루와’ 등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손짓하고 있다.

악양면에는 귀농·귀촌인들이 마을 이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악양면 매계마을에 귀농해 20년째 살고 있는 이상윤 씨는 현재 이장이다.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공동체를 가꾸기 시작했다.

마을 공동식당, 카페, 세미나실을 만들었고 마을 태양광사업과 농가의 빈방을 수리해 빌려주는 마을 호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에 마을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체 마을로 전국적 명성이 높다.

악양면에는 귀향인들 활동도 돋보인다.

이들은 고향에 있는 땅과 집에서 무엇을 할지, 마을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미리미리 준비하는 데다 마을주민들과 이질감이 전혀 없어서 대부분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도시에서 맺은 인연들을 마을로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고 마을 이장이나 리더가 많아지고 있다.

하동군은 2023년 전국 최초로 ‘귀향인 특별지원조례’를 제정해 귀향인 지원을 확대하고 향우회와 동문회를 통해 적극적인 귀향인 유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귀농·귀촌인 동호회나 소모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악양면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도시민을 부르고 귀농+귀촌인들의 활동과 연대가 귀농·귀촌을 끌어당기고 있다.

화개면, 관광과 녹차산업으로 귀농·귀촌인 급성장 중 화개면은 화개장터. 십리벚꽃, 쌍계사 등 관광지로 유명하다.

이곳은 1200년 전에 심은 녹차 시배지이자 녹차의 고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화개천 따라 흐르고 계곡의 양 옆으로 야생 녹차밭이 줄지어 있다.

신선이 사는 화개 동천이라 불릴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풍경과 관광지여서 펜션, 식당, 다원, 카페 등 자영업 귀촌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에 녹차산업이 발전하면서 녹차 관련한 귀농·귀촌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동녹차는 명인들의 고급 명차 명성을 이어 왔지만 일반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하동군이 2023년 하동세계차엑스포를 개최하고 유기농 가루녹차를 세계로 수출하게 되면서 녹차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스타벅스에도 수출해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올해 가루녹차 수출량은 100여 톤으로 2023년 대비 45% 증가했다.

하동군은 녹차연구소와 녹차가공공장을 운영하며 녹차 잎을 직접 수매, 가공, 수출하고 있다.

2024년엔 가루녹차를 위한 차광 찻잎 401톤, 9억 2천만원어치를 수매했다.

전년 대비 찻잎 342%, 수매금액 275%가 증가한 수치다.

수매 대금의 상승은 곧바로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기존에 가루 찻잎을 2회 수확했는데 올해는 3회 수확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녹차 농사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녹차 농가들도 늘어나고 녹차 관련 일을 하려는 귀농·귀촌인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지역민들과 녹차 재배를 많이 하고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녹차 가공이나 다실, 녹차 관광 같은 녹차 관련 일을 하며 녹차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관광과 녹차 관련 사업은 청년 귀농·귀촌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개면이 귀농·귀촌지로 주목받으면서 2024년 9월까지 벌써 145명이 귀농·귀촌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지역민, 귀농·귀촌인, 하동군청이 함께 만들어낸 귀농·귀촌 열기 4개 읍면의 귀농·귀촌 특징을 심층 취재한 결과 하동군의 귀농·귀촌 열기가 갑작스럽거나 일시적인 게 아니었다.

하동군민들의 귀농·귀촌인에 대한 이해 폭이 넓고 귀농·귀촌인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동군청은 각 읍면에 맞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지역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딸기와 녹차산업 육성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농가들과 지역민이 잘 살 수 있게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소문나서 귀농·귀촌인을 불러 모으는 구조를 만들었다.

귀농·귀촌인들은 지역민들이 하지 못했던 유통, 홍보, 서비스를 개척해 상생의 힘을 키워내고 있다.

게다가 하동군은 지리산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진강이 만들어낸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고 있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군민, 군청, 자연경관까지 모두 귀농귀촌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