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NEWS] "이유가 있냐고? 여보게 청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박위수 씨는 고령임에도 봉사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갑 속 꾸깃꾸깃한 종이에는 매월 정기 후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힘든 농사일에도 정기후원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통장 내역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박 씨가 후원하는 사람은 11명, 단체는 2곳이다.
한 달에 나가는 돈만 50만원이 넘는다.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에 사는 박위수 씨는 지난 9일 의령군청을 방문해 올해 대봉감 농사를 짓고 감말랭이를 만들어 250박스를 팔았다며 의령군장학회에 300만원을 기탁했다.
사실 박 씨는 군수와 사진까지 찍으며 공개적으로 기부하기를 꺼렸다.
봉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박 씨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최근 본인이 의령군에 받은 혜택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군으로부터 200만원 수술비 혜택을 받았다.
또 어르신 이미용·목욕비 지원 정책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의령군의 세심한 노인 복지정책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씨의 봉사 인생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조그만 과일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배달 나간 절의 스님이 "배고픈 사람 밥 주고 목마른 사람 물 주는 게 절 열두 번 하는 것보다 더 공덕을 쌓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박 씨의 목욕 봉사와 급식 봉사가 시작됐다.
특히 목욕 봉사는 20년을 이어갔는데 당시만 하더라고 목욕 봉사하는 남자봉사자가 없었다.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노인들을 모시고 목욕탕에 가서 만원을 주고 5명을 목욕시키면 봉사자는 무료로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고향에 귀촌하고도 박 씨의 봉사활동은 그칠 줄 모른다.
3년 전 부인과 사별 후 더욱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박 씨는 "아내가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정말 봉사뿐이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그래도 나아진다"라며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박 씨는 남몰래 조손가정 등 불우이웃 11명에게 매달 5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름 외엔 구체적으로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동이체 기간을 5년 동안 설정해 이들이 커서 대학 등록금이라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기업과 개인들에게 후원받아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의령군 특색사업인 나눔냉장고에도 매달 4만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박 씨는 국가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 50만원의 정기적인 수입을 모조리 기부한다.
그리고 감농사로 얻은 일부 수입을 보탠다.
그해 목돈이 생기면 크게 내놓는다.
아무리 나갈 돈이 많아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통장의 돈부터 채운다.
박 씨는 "적선을 많이 하면 그것이 나중에 빙 둘러서 다시 나에게 복을 준다"며 "기부 한번 하고 돌아서면 얼마나 뿌듯 한지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오태완 군수를 만난 박 씨는 부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군수에게 “저소득층도 2명 정도 더 후원하고 싶은데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경로식당에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박 씨 할아버지를 만난 의령군 홍보미디어담당 장명욱 주무관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80세에 무슨 계획이 있겠냐. 이웃과 같이 돕고 살다 가는 거지"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주무관은 "할아버지, 이렇게까지 정말 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에요?"라는 우문을 던졌다.
죽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가 있냐고? 여보게 청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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